[Farewell] Goodbye NHN & Start New Project


나의 NHN 회고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NHN 생활을 마무리해간다.

NHN 건물이 코앞에 보이던 이전 직장 건물의 옥상에서, “저곳으로 간다면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겠지” 하며, 지원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판교 혹은 한국을 떠나는 날엔 바로 그 회사 옥상에 다시 올라가서, 5년 동안 지냈던 판교를 곱씹어볼 예정이다.

Pre-Test 및 Feel the TOAST 전형, 기술 면접을 거쳐서 난 NHN에 입사하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이전 직장 팀장님에게 “퇴사”를 얘기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것도 코앞에 있는 회사 신입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는…

그래도 웃어주며 거기가서도 잘 성장하고, 지금처럼 성실하게 살아라고 조언해주던 팀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왠지, 지금 팀장님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는 탓일까. 갑자기 생각이 난다.

2015년 12월 31일까지 이전 직장에 출근하여 업무를 마무리하고, 2016년 1월 4일부로 NHN(그때는 NHN Ent.)에 입사를 하였다.

합격 통보를 받고나서, OT 때까지 해오라던 숙제(블로그 게시판 개발)는 미처 끝내지 못한채 제출하였고 지금까지도 NHN 생활에서의 가장 큰 후회 중 하나로 남는다.

“나는 아직 이전 직장에 다니고 있고, 그런거 할 시간 없어.” 하며 핑계삼아 미루고 합리화했던 일을 후회한다.

NHN 에 입사하여 9주 동안 받은 Basecamp는 나름 충격이었다. 다른 동기들과는 다르게 대학생 신분으로 입사를 한 것이 아니라, 창업도 해봤겠다, 회사 생활도 해봤겠다, 이른바 중고신입으로써 나름의 자부심이랄까, 우월감이랄까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매일 하루하루 쏟아지는 배움의 삶이란.. 내가 마치 우물안 개구리처럼 느껴졌다.🐸🐸

신입 교육 9주동안, 학교에서도, 창업 순간에서도, 이전 직장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겪기 힘들었던 것들을 배워가면서 참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이런 점에서 NHN은 신입에게 과도하게 친절하다. 이 9주 동안 나는 기술 신입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가 되었다고 자평한다. 들쑥 날쑥했던 실력과 경험들을 밀어주고 끌어올리며 평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술” 자체보다 “문화”와 “사회생활”을 교육 속에 녹아내려던 그 노력들을 기억하고 감사한다. (무한 Thanks to Basecamp 3rd 강사/멘토님들)

아무튼, 9주간의 기술 교육 기간은 다시 “창업을 한 것 같은 기간”이자 강사/멘토님들 도움으로 나를 담금질하는 시간이었다.

9주간의 교육을 수료하고서(자랑을 좀 하자면 1등으로 수료하였다👍) 현재 우리팀으로 배정받았다. 팀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여러 고민되는 요소가 너무 많았던 나는 우선순위 3순위까지의 팀을 우선 선별해놓고, 네이버 사다리 타기를 돌려서 팀을 추첨하였다. 다행이(?) 1순위로 적은 팀에 전입을 오게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farewell1 farewell2

우리팀은 내가 들어올 당시 5명으로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10명가량 된다. 그간 팀원수 및 담당하는 프로젝트, 맡은 Role이 꾸준히 우상향 을 하는 팀에 들어온 것이 어쩌면 내게는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팀 이름도 모바일기술개발팀, 플랫폼SDK개발팀, 게임플랫폼클라팀으로 바뀌어가며, Role도 확장되어갔다.

명함을 잘 쓸일이 없는 개발자에게 팀이름이 계속 바뀐다는 것은 쓸모없는 명함 뭉치가 늘어난다 는 것과 같은 말이다.

아무튼, 팀에 전입와서 가장 먼저 맡은 Role은 HSP 라는 사내 게임플랫폼 클라이언트의 유지보수였다. 그 중에서도 iOS SDK를 맡았다. 3년 전 Kakao에서 잠깐 본 Objective-C를 다시 하려하니 눈물이 덜덜떨리고 손발이나 너무 재밋었다 ^^

다행이 신께서 내가 Objective-C의 늪에 빠지는게 안쓰러워보이셨던지, 이전 경력을 바탕으로 한 Web 관련된 업무들도 계속 주셨다. SDK 배포를 위한 웹서버 구축 및 문서 빌드 시스템, WebGL 등의 웹어플리케이션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 페이지 구축 등등, 새로움과 익숙함이 번갈아가며 나를 자극하였던 것이 지금까지 이 회사를 버텼던 나를 만들어왔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HSP 라는 Legacy System을 유지보수만 하였다면, 나는 이보다 더 일찍 이 팀, 혹은 이 회사를 떠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에 전배함과 동시에 Gamebase 라는 신규 플랫폼의 기획/개발이 진행되었다. 새로운 플랫폼을 내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떨리는 일이던가.

개발자는 남이 만든 코드를 읽고 고쳐쓰느니, 자기가 새로 짜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정말 입사 1, 2년 차는 밤낮없이 일했던 것 같다. 한 때, “월화수목금금금”, “프로야근러” 로 불리우면서 (심지어 신문에도 소개되었고, 야근을 강요하는 회사를 비난하는 수많은 악플들도 달렸었다..) 하루하루 배워나감과 내가 짜는 코드에 심취되었었다.

사실, 회사/팀에서는 야근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나 내가 자발적으로 주말이든 주중이든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하였다. 하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해봤자, 회사를 두둔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더라.

그래서 스스로 생각한 답은 “회사에서는 회사일을 충실히, 누구보다 열심히 컴팩트하게 하고, 칼퇴를 해서 나의 성장을 도모하자” 였다. 그래서 최대한 칼퇴를 하기위해 노력하였고, 퇴근을 하고 카페를 가든 스터디 모임을 가든하며 워라밸을 몸소실천해보았다.

그렇게 신규 플랫폼을 개발하여 런칭을 하고나서, 나는 조금은 빠르게도 “슬럼프” 가 왔다.

왜그런고하니, Apple의 철학에 나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고, Google이 이끄는 Android 생태계에 눈이 더 갔기 때문이다. Apple을 추종(?)하지 않는 iOS 개발자로서, Apple 플랫폼 개발을 한다는 것이 내겐 참 힘들었다.

이윽고 2017년 초반, 나는 Android Role을 맡아 팀내 파트를 옮기게 된다. (자체 슬럼프 탈출용) Android로 업무를 옮겼다해도, HSP 라는 Legacy 플랫폼을 유지해야함은 동일하였다. 백수십개의 작은 모듈들로 이루어진 Client SDK는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역시 위에서 밝혔듯, 개발자는 남이 짠 코드보다 내가 짠 코드에 더 애착이 가나보다. 그렇기에 HSP에 대한 애정보다는 내가 개발에 몸담았던 Gamebaes 라는 신규 플랫폼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애정을 가졌다.

Anroid 플랫폼을 맡으면서 내가 다이내믹하게 변화되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나를 못믿겠다. 테스트 코드를 짜자.
    • 결과적으로 테스트커버리지를 50% 이상 끌어올렸다.
  2. 테스트 코드를 짜기 위해 아키텍처링을 잘하자.
    • Test 코드를 잘 짜려면, Testable 한 코드가 필요하다. 리펙토링을 하기 싫다면, 처음에 아키텍처링에 신경쓰자.
    • 여의치않으면 다 갈아엎자. (그래서 Android 를 맡고 난 후의 주요업무는 “리팩토링” 이었다.)
  3. 공유하자.
    • 내 생각에 Android 생태계는 iOS 생태계보다 훨씬 활발한 것 같다. 열리는 밋업, 세미나의 숫자만 보아도, 가히 “넘사벽”이라 불리울만하다.
    • 내가 배운 것들, 내가 알고있는 것들을 팀원들과 회사 내외에 공유하자.
    • 그러다보니, 내가 얻게되는 것들이 참 많더라.

Android를 맡으며 다양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니(주객이 전도되어 “공유”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현상도 벌어지곤 하였다.), 다양한 기회 도 찾아왔다.

회사 발표대회(?)에서 입상하여 회사돈으로 캘리포니아 컨퍼런스를 다녀온 일이나, 사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도 한 경험도 생겼다. 사내외에서 스터디를 진행하며 소규모 발표기회를 가졌던 것은 내게 큰 동기부여이자, 자존감을 높힐 수 있는 이벤트들이었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관종 에 가까운 인간인지라, 관심을 받기위해 “공부”하고 “성취”하는 것을 즐긴다.

회사 내에선 “스스로 내리는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나같이 “타인이 내리는 평가”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그것을 원동력 삼아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길 바란다.

이러쿵 저러쿵 업무를 해가며, 때론 사람들과 웃고 떠들어가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시간이 흘러왔다.

그러고 다가온 2019년. 내게는 큼지막한 이벤트들이 참 많은 해이다. Android 플랫폼만 하던 내게, TypeScript를 공부해가며 JavaScript SDK를 설계하고 배포하였던 기회도 주어졌고 기존 Java 플랫폼을 Kotlin으로 싹 갈아엎는 기회도 주어졌다.(무한 Thanks to 우리팀)

주구장창 테스트 코드를 써가며, 나름 깊숙히 유명한 3rd party sdk를 분석해나가는 시간적 여유도 주어졌다. 이 뿐만 아니라, VueJs로 정은교님의 포트폴리오를 개발해본 기회도 있었고, 농담반 진지반 안드로이드 기반 앱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아직 미출시 ㅜ_ㅜ)

그 큼지막한 이벤트 끝판왕급으로, “퇴사”를 결심한다.

아직,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진 것이 하나도 없다. 마치 IDE에서 프로젝트를 막 생성하고 난 후, 템플릿 코드들만 덩그러니 그려진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것과 동일한 심정이다. 벅참과 떨림, 걱정과 한숨 속에서 이제 한땀한땀 코드를 써가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한다.

남아있는 이들과, 나의 앞 길에 꽃길만 가득하길 바란다. 설령, 그 꽃길에 가시가 이따금씩 있더라도 즈려밟고 굳은살이 생겨가며 조금씩 성장하길 바란다.

Farewell NHN
Farewell 게임플랫폼클라팀

Special Thanks to
김대호 김병훈 이상윤 피종수 김민석 박병현 심범석 윤주현 박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