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퇴사, 이직, 실패, 멘탈관리
in Routine on Farewell, 이직, 퇴사, 입사, 비자문제
싱가포르로 이직/이민을 한지 어언 3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 동안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써요 :)
2년 만의 생존신고입니다!!
TLDR;
현재는 99.co 에서 퇴사를 하고, Delivery Hero 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Managing 롤에서 다시 IC(Individual Contributor) 롤로 돌아왔고, 조금은 더 크고 조금은 더 시스템이 갖춰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분위기는 다들 친구같고 편했던 99.co가 훨씬 좋지만요…)
이 글에서는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이직 과정,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현재 상태에 대해 짧게 나눠보려 합니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
한국의 직방 처럼 종합 부동산 포털인 99.co에서 퇴사한 이유를 세가지만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아요.
- 매니징보다 필드에서 크래프팅을 좀 더 해보고 싶다.
- Mobile First 프로덕트를 만들어보고 싶다.
- 전반적인 처우가 더 좋은 곳을 찾고 싶다.
99.co 에서 저는 모바일 리드였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롤”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던지라, Tech Lead 로서의 역할과 People Managing 역할을 둘 다 해야하는 위치였어요. 더욱이 특정 스쿼드에 소속까지 되면서 feature 들도 주어진 스프린트 내에 처리를 해야했기에 몸이 두개라도 모자랐었습니다.
Android 프로젝트에 코딩을 하는 것과 개발 방향성을 테크 리드로서 짚어주는 일 자체는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Android 외의 iOS 및 React Native 같은 다른 플랫폼을 리드하는 것은 조금은 심적 부담이 되었습니다. 어쩄거나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Android 개발자니까요.
또한, 팀원들의 성장과 처우 등을 매니징하는 것은 IC 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큰 업무였습니다. 팀원들의 성장을 1순위로 두고, 팀원들이 다른 회사에 이직할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매니징을 하는 위의 경험이 제게는 큰 배움이자 즐거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저 자신의 성장,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의 성장이 더뎌진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더욱이 99.co 의 과반수 이상의 트래픽이 “웹페이지”에서 발생되기에, 모바일 길드의 입김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도 이직 결심을 조금 더 빨리 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이직 과정
이직 생각에 불씨를 지핀건 몇몇 회사가 LinkedIn 으로 먼저 제게 연락을 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위에 말한, IC 롤에 조금 더 무게를 둔 포지션들에, 모바일 앱이 1st product 인 회사들, 그리고 연봉이 높은 회사들이 제시한 것들은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첫 오퍼는 싱가포르에 엔지니어링 팀이 모두 있는 Coupang Play 팀으로 부터 오퍼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자 문제”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어요. 당시 싱가포르 정부에서 비자 승인을 정말 안해줬거든요. 좋은 팀, 좋은 사람들을 쿠팡 플레이 입사전에 만났었지만, 참 아쉽게도 최종 입사로 이어지지는 았았습니다.
문제는 쿠팡 플레이로 부터 “오퍼”를 받은 이후, 99.co를 퇴사했기 때문에 저는 당장 무직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여러분! 오퍼에 싸인한 이후에도, “비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지 마세요!
당장 길거리로 나앉게 된 저는 취준생 모드로 돌아와 여기 저기 회사에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다수의 테크 회사들이 그렇듯, 1차 알고리즘, 2차 코딩 테스트, 3차 시스템 디자인, 4차 Behavioral Round 로 인터뷰를 봤던 것 같아요.
그 중 몇몇 회사로 부터 오퍼를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현재 Delivery Hero에 안드로이드 테크 리드로서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Delivery Hero
여러분들이 이미 아시듯, 딜리버리 히어로는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다국적 온라인 음식 주문/배달 서비스 회사에요. 한국의 배달의 민족, 동남아의 Foodpanda, 중동의 Talabat, 북유럽의 foodora, 터키의 Yemeksepeti 등등 세계 각국의 푸드 테크 기업이 한 가족으로 있습니다.
저는 현재 Consumer Payment Experience 팀에서 각 자회사들의 결제 관련 솔루션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사실..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신사업 조직에서 핀테크/디지뱅크 앱을 만들고 있었으나, 안타깝게 몇몇 나라의 규제로 인해 팀이 폭파 되었습니다. 😢 😢
IT 기업에서 팀폭파는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러니 항상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대비하세요!
규모가 제법 되는 다국적 회사에서 일하니 예전 제가 쌓았던 경험과 다른 것들이 몇몇개 보여요!
- Timeline 을 항상 주시해야한다: 거의 모든 동료가 “싱가포르”에 있지 않습니다. 누구는 독일에, 누구는 터키에, 누군가는 필리핀에, 누군가는 홍콩에 있는 등, 각자가 자신에게 할당 된 “업무”를 중심으로 일을 합니다. 그러니, 회의를 잡거나 일정을 논의 할 때, 같이 일 할 동료들의 타임라인을 확인해야했어요. 아주우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 Small Change, Big Impact: 아무래도 대기업의 특징은 많은 경우 자체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라는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자체 솔루션의 조그만 변경에도 수많은 프로덕트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NHN 에서 업무를 볼 때에도 수많은 클라이언트가 있었지만 한/중/일/대만 정도에만 영향을 끼쳤던 것에 비해, DH 에서 느끼는 건 그 범위가 전 세계적인 영향이라는게 다른 것 같아요. 부담이 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 Remote & Team bonding: 같이 일하는 동료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다보니, 실제로 만나서 얼굴을 보기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Covid 시대라서 조금은 보편화되어가는 문화같지만, 여전히 Team bonding 관점에서는 참 어려운 주제인 것 같아요. 이런 점을 회사에서도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결국 직원들, 피고용인들이 회사에 “충성”을 갖게하려면 연봉/복지 등의 좋은 처우도 물론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갖게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합니다. 좋은 팀에서 일을 하게되면, 이직이라는 선택이 정말 high risk 가 되어버리거든요.
맺으며
삶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리 예상을 하고 대비를 해도 여러 함정들이 존재합니다. (다 된 오퍼에 “비자 문제”를 뿌린다던가 📝, 엄청 만족하던 팀과 프로젝트를 급작스레 폭파시켜버린다던가 하는.. 💣)
그래도 이런 위기 상황들을 의연하게 대처하게 하는 것은 본인의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그 때마다 멘붕이 오곤 했지만, 항상 제가 입버릇 처럼 말하던 아래 생각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대처했던것 같아요.
저는 입사 첫날부터 이직을 준비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직”이 아니라 준비 라고 생각해요. 이 회사, 이 프로젝트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것이 몇몇 역경 속에서도 제 멘탈을 지켜준 굳건한 방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만 글을 맺겠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